4Gamer의 미즈노 료×전민희 대담 1/2 번역

셸먼님 댁에서 미즈노 료 x 전민희 대담 기사가 있네요. 를 보고 찾아가서 읽고 옮겨봤습니다. 게임 얘기기도 하고 책 얘기기도 한데 일단 도서 밸리로.
일본어 되시는 분들은 水野 良×ジョン・ミンヒ対談――日韓を代表するファンタジー作家同士が語り合う,日本と韓国のファンタジー小説事情 로.

미즈노 료×전민희 대담――
한·일을 대표하는 판타지 작가가 이야기하는 한국과 일본의 판타지 소설 자초지종

작성 : 세오 아사코(瀬尾亜沙子) / 사진 : 마스다 유스케(増田雄介)


『로도스도 전기』의 저자로 알려진 미즈노 료(水野 良)씨와 한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작가이자 「ArcheAge」의 원작 소설가인 전민희 씨. 그 두 사람의 대담을 2013년 6월 10일에 실시된 「ArcheAge」발표회에 앞서 가졌다.
미즈노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전민희 씨. 『로도스도전기』가 한국에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한국과 일본 판타지 소설의 자초지종이란? 흥미로운 대담 내용을 지금 전해드립니다.

미즈노 료(水野 良)
작가·게임 디자이너. 작가로서는 데뷔작인 『로도스도 전기 회색의 마녀』(1988년)가 일본에서 판타지 소설의 효시가 되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는 TRPG 『소드월드』로 이름을 알린 그룹 SNE의 설립에 관여해 소드월드의 배경세계인 포세리아의 설정에 크게 공헌했다.

전민희
한국을 대표하는 판타지 소설가. 1999년에 『세월의 돌』로 데뷔. 『룬의 아이들』시리즈는 온라인 게임 「테일즈 위버」의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발간되고 있다. 올 여름 일본에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MMORPG 「ArcheAge」의 원작자이며, 현재도 『ArcheAge 연대기』를 집필하였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전나무와 매』, 『상속자들』이 출판되었고, 『전나무와 매』는 일본어판이 3권까지 전자책으로 발매되었다.

한국에서 판타지가 인기를 끌게 된 계기를 만든 『로도스도 전기』

4Gamer:
이번 발표회가 두 분에게 첫 대면이 되는데요.

전:
네. 일본에서 「ArcheAge」를 소개하는데 원작 소설가인 제가 불려 왔는데요, 미즈노 선생님도 함께 대담을 해 주셔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즈노 선생님은 한국 판타지 소설에 커다란 영향을 주신 분이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4Gamer:
미즈노 선생님을 알게 된 계기는 역시 『로도스도 전기』인가요?

전:
그렇죠. 대학생 때 1990년대 초에 한국어판을 읽었습니다. 아마 원작(일본어판) 출간이 1988년이죠?

미즈노:
그렇습니다. 마침 올해가 25주년이니까.

전:
그 무렵 한국은 아직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인식이 없었어요. 서양에서 들어온 게 약간 있긴 했는데, 장르로 성립할 정도는 아니었고...

미즈노:
그렇군요. 톨킨의 『반지의 제왕』같은 것도 없었습니까?

전:
그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아동용으로 출판되었던 것도 있고, 한국 독자 대부분은 『반지의 제왕』을 동화라고 여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어른 대상의 판타지라는 게 거의 없었죠.

미즈노:
아, 그렇군요. 확실히 『반지의 제왕』은 동화 같은 문장이고 말이죠.

전:
저는 『반지의 제왕』을 대학생이 되고 나서 읽고 그 다음에 『로도스도 전기』를 읽었는데요, 마침 그 즈음(1990년)부터 한국에 판타지 붐이 일기 시작했어요.

4Gamer:
처음에 『로도스도 전기』를 읽었을 때 감상은 어떠셨나요?

전:
『반지의 제왕』 같이 엘프가 등장하는데도 전혀 다른 존재인 것에 놀랐죠. 또 『반지의 제왕』은 종반을 향해 점점 가라앉는 스토리였는데 『로도스도 전기』는 점점 고조되는 듯 한 이야기 구성이라, 무척 박력 있었어요.

미즈노:
『반지의 제왕』도 후반은 꽤 고조되지 않나요? (웃음)

전:
아니 그래도 마지막에 모두 여행을 떠나 사라져 버렸다, 고 하는 부분에서 저는 쓸쓸함을 느낀 거죠.

미즈노:
그렇군요. 뭐 프로도는 반지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버렸고 말이죠.

전:
그래도 그 "무게를 극복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 인간적인 맛이 있다고 느꼈지만요.

한국 판타지 소설 붐의 시작

4Gamer:
대학교 때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 전민희 선생님이 스스로 판타지 소설을 쓰시게 된 경위는 어떤 건가요?

전:
어릴 때부터 「판타지」나 「SF」라는 인식은 그다지 없는 상태로 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써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도 이런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쓰다니 출판되는 건 어렵겠지 하고 있었는데, 『로도스도 전기』를 비롯한 판타지 소설을 읽고 이 장르도 문학작품이 되는구나 하는 걸 알고 자신이 생겼어요.
그래서 데뷔작인 『세월의 돌』을 PC통신에 올렸더니 무척이나 좋은 평을 받아서 아직 한 권 분량도 안 되었는데 바로 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거죠.

4Gamer:
소설을 쓰게 된 데는 미즈노 선생님의 영향이 컸다는 말인가요, 그 밖에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은 있나요?

전:
독일의 미하엘 엔데(대표작은 『모모』『끝없는 이야기』 등), 그리고 좀 방향성은 다르지만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대표작은 『픽션들』, 『모래의 책』 등) 등이네요.

4Gamer:
따지자면 옛날이야기에 가까운 환상세계의 판타지를 좋아하시네요.

미즈노:
소위 하이 판타지군요.

전:
네. 하이 판타지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강했어요. 그 밖에도 이런 저런 작품들을 읽었는데, 큰 영향을 받은 건 미즈노 선생님을 포함해서 이 3명이네요.

4Gamer:
그렇군요. 그런데 한국 판타지 소설은 전민희 선생님 이외에도 작가 분들이 계시잖아요?

전:
물론이죠. 제가 데뷔한 건 1998년인데 그 시점에서 판타지 작가들이 여럿 등장했어요. 그걸 한국에서는 판타지 1세대 작가라고 불러요.

미즈노:
1998년이라, 한국은 미국 문화에 좀 더 친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까지 판타지물이 없었다고 하니 좀 의외네요.

전:
물론 미국 문화는 여러 분야에서 들어와 있는데, 판타지에 있어서는 일본 쪽 영향이 강하지 않나 생해요.

미즈노:
판타지의 기본적인 요소랄지, 예를 들면 「던전스 & 드래곤스」같은 TRPG는 1998년 이전에 한국에서 플레이되지 않았습니까?

전:
「던전스 & 드래곤스」는 정말로 극히 일부밖에 몰랐죠. 플레이어도 있기는 있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4Gamer:
뭐 일본에서도 미즈노 선생님을 비롯해서 그룹 SNE 여러분이 소개하시지 않았으면 동시에 그렇게까지 TRPG가 유행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죠.

미즈노:
아니, 그건 제가 소개하지 않았어도 다른 누군가가 유행시켰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그렇다기보다 마이너한 곳에서 하던 놀이를 가도카와 쇼텐이 메이저하게 전개한 것뿐이니까요. 마침 『컴프틱』(コンプティーク, 가도카와 쇼텐에서 발행하는 게임·만화 잡지)의 기세가 좋았을 때 「던전스 & 드래곤스」의 리플레이를 소개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TRPG라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유행한 것이 일본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일 양국의 판타지관 차이

4Gamer:
이건 전민희 선생님께 묻고 싶은데, 일본과 한국의 판타지관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전:
저랑 미즈노 선생님은 데뷔 시기가 약 10년 정도 차이가 있어서, 가장 큰 차이는 그 10년만큼의 세대차라고 생각합니다. 1998년부터 한국에서 시작된 판타지 붐은 하이 판타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해왔죠.

미즈노:
그 의미에서 보자면 한편으로 일본에서는 하이 판타지는 그렇게 메이저가 되지 않았죠. 『십이국기』(오노 후유미의 이세계 판타지 시리즈)라든지, 단발성으로 몇 갠가 명작이 나왔지만 역시 라이트노벨이 전개되는 바람에 라이트 판타지와 묶인 쪽이 메이저가 되었으니.

전:
그렇군요. 한국에서 『로도스도 전기』가 히트했을 때 이런 일본 소설을 더 찾으려고 했는데, 라이트한 것밖에 찾을 수가 없어서 「왜 그럴까」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미즈노:
일본에서는 캐릭터를 메인으로 하는 소설이 많아서 세계의 역사를 쌓아나가는 종류의 이야기는 실은 그렇게 많지 않지요.

전:
그런가요. 미즈노 선생님 작품은 물론 읽었지만, 그밖에도 일본 작품 중에 추천할만한 판타지가 있으면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지?

미즈노:
음…….『구인 사가』(구리모토 가오루의 히로익 판타지 소설. 저자의 사망에 따라 130권으로 미완.)는 알고 계신가요? 100권을 넘는 대하 시리즈인데…….

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나 길면 한국에는 번역이 안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즈노:
또, 판타지는 아니지만 다나카 요시키 선생님의 『은하영웅전설』같은 것도 추천합니다. 가공세계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라는 의미에서는 판타지도 SF도 저한테는 비교적 비슷한 감각인지라.

전:
아, 『은하영웅전설』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미즈노:
또 뭐가 있으려나…….

전:
한국은 장편 SF가 매우 적어서 주로 단편이 많아요.

미즈노:
일본도 크로니클(연대기)적인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죠.

전:
한국에도 라이트한 판타지 소설 등이 들어와 있는데, 그래도 하이 판타지 계열 팬이 많아요.

미즈노:
그건 부러운 상황이네요. 일본에서는 진정한 의미로 판타지 붐이라는 건 실제로는 없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왜냐 하면 일본은 시대소설, 역사소설이라는 일본 고유의 역사를 무대로 한 소설이 원래부터 상당히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전:
아, 한국도 무협소설이라는 장르가 판타지보다 먼저 붐을 일으켰어요. 무협 붐이 10년 정도 지속되어서 지금 40~50대 정도인 분들은 무협소설을 읽고 자란 세대죠. 반면에 20~30대는 판타지를 읽고 자랐어요.

4Gamer
무협 세대랑 판타지 세대로 나뉘는 거군요.

전:
그렇죠. 그래서 한국 게임도 무협계 게임이 많았던 시기가 있어요. 왜냐고 하면 무협소설을 읽고 자란 세대가 회사를 세워서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판타지 게임이 거기 더해지게 된 거죠.

4Gamer:
전 선생님은 무협소설 읽으시나요?

전:
좋아해요. 꽤 많이 읽었어요.

4Gamer:
라이트노벨은 어떠신가요?

전:
라이트노벨은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라이트노벨 붐의 전조가 조금씩 보이고 있어요. 대부분은 일본 책의 번역판이고, 한국산 라이트노벨도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네요.

미즈노:
그것이, 그쪽(라이트노벨)으로는 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4Gamer:
미즈노 선생님 자신은 최근 라이트노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즈노:
그걸 저한테 물으시나요!? (쓴웃음) ―뭐, 저는 시장에서 보면 도태된 쪽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라이트노벨 자체는 좋아합니다. 그래도 제가 쓰는 것이 라이트노벨이냐고 하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요.

4Gamer:
그렇군요.

"소설"이라기보다 "설정"이었다

4Gamer:
지금까지 전민희 선생님 작품은 소설이 나온 다음 그것을 게임화 하는 식이었는데, 이번 「ArcheAge」에서는 처음부터 원작 소설이라는 위치입니다. 게임의 원작 소설을 쓸 때 의식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전:
네. 그러고 보니 제가 『로도스도 전기』를 학생시절 읽었을 때에는 그저 재미있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는데 게임 업계에 관여하게 되고 다시 읽어보니 이 작품의 새로운 맛이 느껴졌어요. 『로도스도 전기』가 소설로서의 매력을 가진 한편으로 미디어믹스가 쉽게 될 만한 설정이라는 것도 깨달았죠.

미즈노:
그건 근본이 "소설"이라기보다 "설정"이이서 그렇죠. 저는 애초에 게임 판의 인간이랄지, 게임 디자이너이니까, 처음에는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어요. 기회가 주어져서 마침 책을 한 권 썼더니 그만둘 수 없게 되었다는 느낌이죠(웃음).

전:
그런 식으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어서 전설적인 작품을 쓰신 것도 부러워요.

미즈노:
감사합니다.

4Gamer:
『로도스도 전기』는 원래 리플레이(TRPG의 플레이 풍경을 연극의 대본 같은 형식으로 재정리한 것)였으니까요.

미즈노:
네. 처음에는「던전스 & 드래곤스」(이하 D&D)의 리플레이 연재였습니다.

전:
그건 알고 있었지만, 「D&D」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그려져 있지 않나요?

미즈노:
당시의 초기 「D&D」에는 세계 설정이 없었어요.

전:
그래서 완전히 오리지널 세계를 만드신 건가요?

미즈노:
그게 말이죠, 고등학생 정도 때 품고 있던 설정이 있어서 그게 『로도스도 전설』로 형태를 갖추었는데, 「D&D」나 그 밖의 TRPG를 플레이할 때 로도스를 무대로 하고 있었어요.

4Gamer:
『로도스도 전기』보다 『로도스도 전설』이 설정으로서는 먼저 있었던 거군요.

미즈노:
그렇습니다. 시대적으로 앞인 이야기니까요. 요컨대 마신이 해방되어서 그것을 6영웅이 봉인하는 이야기, 라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시작하고 있는 거죠.

전:
그러면 6영웅이라는 캐릭터의 힘을 살려서 스토리가 만들어진 건가요?

미즈노:
소설적 의미에서는 그렇죠. 그렇기는 해도 제가 만든 건 처음 설정뿐이지만. 저는 애초에 이야기를 그리는 것 보다는 세계를 만들거나 지도를 그리거나 역사를 생각하거나 하는 쪽을 좋아했고, 그 위에 이야기나 캐릭터가 올라가 있는 식인 거죠.
그래서 저는 본질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설가와는 접근방식이 다르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은 어디까지나 「셰어드 월드」(Shared World)를 전제로 삼고 있으니.

전:
셰어드 월드?

미즈노:
예를 들어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같은, 여러 명의 작가가 소설을 쓸 수 있는 공통적인 세계 말이죠.

전:
그렇군요. 즉 「포가튼 렐름」(D&D의 배경세계 중 하나. 후술할 PC 게임 「발더스 게이트」나 「아이스윈드 데일」의 무대)같이 말이죠?

미즈노:
아, 그것도 마찬가지군요. 「드래곤 랜스」(D&D의 유명한 소설 시리즈)는…….그건 전적으로 와이즈&히크만의 소설이려나. 「드래곤 랜스」는 대단한 명작이고 저도 좋아합니다.

4Gamer:
그런 의미에서 보면 MMORPG의 소설을 쓰는 것도 먼저 세계를 만들고 이야기를 올린다는 의미로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네요.

전:
처음에는 제가 쓴 소설이 게임화 될 거라고는 생각해도 보지 않았는데, 『룬의 아이들』을 냈을 때 실은 「게임화하기 쉬운 배경세계」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도 미즈노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창조하는 쪽에 관심이 많아서, 배경세계에서 소설을 만들어 나갔더니 그게 결과적으로 2번이나 게임화로 이어졌던 거죠.
너무 길어서 둘로 자릅니다. 4Gamer의 미즈노 료×전민희 대담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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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winpix 2013/08/05 14:54 #

    [구인 사가]는 대원 씨아이에서 6권까지 내고 절판이죠.(6권이나 번역이 되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역시 한계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 한 네티즌 2013/08/05 23:21 #

    미완이니 이제 영영.... ㅜㅠ
  • 링고 2013/08/05 15:56 #

    오옷, 미즈노 료씨와 전민희씨가 한자리에 모이다니... 꿈만 같군요.
  • 한 네티즌 2013/08/05 23:22 #

    콜라보레이션!
  • 감미 2013/08/06 14:23 #

    미스노 료하면 생각나는 건 스타쉽 오퍼레이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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