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얘기 신변잡기

 간밤에 심하게 아파서 응급실엘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단은 며칠 전에 허리가 아파서 새벽에 잠이 깼을 때. 그 때는 운동을 해서 생긴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가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얼마 전에 한 친구 아버지가 신장결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돌아오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 말에 따르면 침대에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로 아프셨다고 한다. 이야기적으로 생각하면 이것이 앞으로의 일을 암시하는 복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이틀 지나 어제 낮 즈음.
 의자에 앉아있는데 돌연 오른쪽 허리가 뜨끔 하더니 연이어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기 시작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때까지 이게 잘못된 자세 때문에 근육이 놀랐거나 담이라도 결린 것인 줄 알았다. 아무튼 허리에 베개를 대고 잠시 누워있었더니 곧 낫길래 스스로의 처치에 만족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새벽 두시 반 경.
 자려고 누웠는데 또다시 오른쪽 허리가 뜨끔 하더니 이어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낮에도 잠깐 이랬었는데 또 허리에 베개 대고 누워 있으면 낫겠지 하고 실행에 옮겼다.
 10분 경과.
 차도가 없다.
 30분 경과.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그제서야 이게 근육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또 어리석게도 저녁에 뭘 잘못 먹었나 하면서 배를 깔고 엎드려 보았다.

 그렇게 새벽 3시 20분.
 순전히 통증때문에 의지와 상관 없이 손발이 덜덜덜 떨리고 진땀이 났다. 이 때쯤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충수염인가, 아무래도 병원엘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증상을 검색해 보려고 PC를 켰는데 너무 아파서 키보드 앞에 앉지도 못했다. 겨우 겨우 아버지를 깨워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하는 데 성공했다. 목소리를 쥐어짜지 않으려고 대량의 의지력을 소비했다.

 아버지는 새벽 택시를 하시기 때문에 차고지에서 차를 가져와 나를 태우고 가까운 병원으로 실어다 줄 생각이었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런데 통증이란 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로 아픈 건 좀 덜 아픈 거였다. 진짜 아프면 누울 수가 없다. 진짜 아프면 소리가 나오지 않고 숨만 들락날락한다. 도저히 아버지가 담배 한대 피운 다음 씻고 나서 차고지까지 걸어가 택시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생 처음 구급차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애가 죽을라고 그러는데 담배나 피우고 있냐."는 어머니의 일갈도 한몫 했다. 구급차에 오르기 직전에 아버지가 구급차에 타서 같이 가느냐 아니면 차고지로 가서 택시를 가지고 따로 병원으로 오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20초 정도 옥신각신 했는데 세상에 그렇게 긴 시간이 없었다.

 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문진에 간신히 대답하고 나니 일단 진통제를 주어서 맞았다. 10분 쯤 지나니까 눕지도 못하고 소리도 안 나오던 통증이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의 통증으로 가라앉았다. 15분 쯤 지나니까 인간의 말을 되찾았다. 그리고 저녁에 먹었던 김치 칼국수를 토했다.......

 촉진, 혈액검사, 소변검사, X-ray, CT를 거쳐 요로결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응급실 선생님 왈 결석 파쇄는 응급의료가 아니라서 아산병원에서 파쇄술을 받으려면 외래를 예약하고 일주일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물론 그럴 여유가 있을리 있나. 응급실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24시간 결석파쇄 진료를 하는 다른 병원을 소개시켜 주고 구급차까지 불러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와 씨발.
구급차 타고 달려서 소개받은 병원(천호동 소재)에 도착하니까 결석 파쇄하는 장비가 접촉불량 나서 쓸 수가 없대! 게다가 좀 전부터 진통제 효과가 다해서 다시 무지막지하게 아프기 시작. 와 진짜. 씨발. 그냥 좆같았다.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고 같은 병원의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원장의 제안에는 인간의 말로 대답했다. "뭐 그렇게 해야죠."

 그래서 진통제를 한방 더 맞고 양재에 있는 병원 지점으로 이동. 조영제를 쓴 X-ray 촬영 결과 7mm짜리 칼슘석(온갖 결석 중에 제일 단단하다는!)이 방광 입구를 막은 결과 오른쪽 신장 배뇨관이 왼쪽 신장의 수십배로 부풀어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조치를 거쳐 결과적으로 최대파워로 파쇄술을 받았는데, 난 파쇄라는 게 무슨 레이저 발사기같이 생긴걸로 퓩 쏘고 마는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야말로 딱 좆같이 생긴 물체를 환부에 대고 결석이 깨질 때까지 수십 수 백 방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거였다.

 그 지랄을 하고 간신히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차선 중 1차선을 뚫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면 간신히 오줌 줄기가 통하게는 되었는데 결석이 배출될만한 크기로는 깨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라. 그런데 이미 나는 손상 허용 한계까지 파쇄술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은 더 깰 수가 없다고. 물 하루에 3리터씩 마시고 항생제를 겁나 처먹어서 결석이 줄어들고 상처가 나은 다음에 치료를 마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결석이 줄어들어서 방광으로 진입하는 순간 칼로 푹푹 쑤시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게다가 이번에 진료받은 오른쪽 말고 왼쪽 요로에는 작은 결석 두 개가 더 있는데 이거 1년 지나면 오늘 같은 상황을 유발할 크기로 자랄 가능성도 있다고.

 이 칼슘석은 한두 달 가지고는 안 생기고 적어도 2년짜리인데 술도 전혀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살도 안 찐 사람이 왜 이런 게 생겼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말까지 듣고서 인사를 하고 진료비를 치르고 나오니 아침 8시 43분. 응급실 비용 20만 2460원까지 합하면 거진 45만원이 하룻밤에 날아갔다.

 이것이 오늘 새벽 일어난 일이다.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해야 한다.

핑백

  • 비정기 RPG 잡담 블로그 : 병 나은 얘기 2014-06-10 13:03:03 #

    ... 아픈 얘기 3주 전에 위와 같은 일이 있었기로 그간 병원을 다닌 끝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여 기쁜 마음에 이리 적어 둡니다. 아직 조 ... more

덧글

  • kiekie 2014/06/01 20:14 #

    세상에. 지금은 좀 어떠세요...;;;;
  • 한 네티즌 2014/06/01 23:01 #

    아직 병원 몇 번 더 가야하기는 하는데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kiekie님도 아프지 마세요. 아프면 대손해 ㅜㅠ.
  • kiekie 2014/06/01 23:09 #

    그래도 그만해서 다행이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조만간 꼭 뵈어요.
  • 한 네티즌 2014/06/02 02:09 #

    6월 말 이후면 시간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